버스안내양, 타자원, 영화 간판을 그렸던 화공, 속기사, 미싱공, 주산 강사

이 직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 곁에서 사라진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이 외에도 우리가 사는 현재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사라져 가는 직업은 많습니다. 반면에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새로운 직업이 나오기도 하고 생활이 윤택해지고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건강과 여가에 관련된 신생 직업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애완동물미용사나 장례를 치러주는 애완동물 장례지도사 등은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한 직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들도 언제, 어떤 모습으로 사라지거나 변화할지 모릅니다. 직업 세계가 그만큼 변화무쌍하게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죠.

오늘은 먼저, 사라진 직업을 통해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직업에 묻어 있던 땀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이런 직업이 왜 사라졌는지 사회 현상도 살펴봅시다. 더불어 오늘날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사는 우리가 미래 직업을 선택할 때,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한 교훈을 찾아볼까요.

1. 항법사
현재 우리의 비행기는 위치와 고도뿐 아니라 정확한 항로, 속도 등 정확하게 계산된 수치를 활용하여 안전한 비행이 가능합니다. 비행기 앞부분에 있는 조종실에서 전문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첨단 시스템을 이용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비행기를 띄울 수 있지만, 과거에는 모든 것이 수동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조종사를 돕는 항법사가 존재하여 일일이 고도를 재고 속도를 계산해주었던 것입니다.
『1969년 한국직업사전』에는 항법사라는 명칭 대신 항공사(航空師)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는데요. 그 당시 항공사의 자격은 항공사 1급과 항공사 2급이 있었는데, 자격 명칭이 직업 명칭으로 불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항공기에 탑승하여 항공기의 위치 및 항공에 필요한 여러 자료를 산출하여 안전을 도모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항법사는 주로 민항기 조종석 둘째 줄에 앉아서 기지국의 신호를 받아 조종사의 정확한 비행을 도왔습니다. 민간 항공사에 평균 5~6명의 항법사가 근무했고 비행이 있을 때마다 조종사들과 함께 했습니다. 1960~70년대의 비행기 항법사는 공군 근무 경험과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우수한 자원들만 넘볼 수 있는 자리여서 전문직답게 대우도 매우 좋았습니다. 조종기에 탑승해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는 직업이었던 탓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직업으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무선통신 장비가 발달함에 따라 1960년대부터 조종사가 무선통신사의 도움 없이도 무선통신  기능을 담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INS, GPS 등의 관성 항법 장치가 도입되면서 항법사들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비행기 항법사라는 직종이 항공사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2. 프로레슬러
프로레슬링 경기는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쇼를 통해 관객들에게 대리만족과 즐거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 큽니다. 다양한 레슬링 기술과 과장된 액션 등은 보는 이들에게 아찔한 스릴과 즐거움을 선사해 줍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텔레비전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1960년대 초 레슬링이 방영되었고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국내 프로레슬링은 6.25 전쟁 이후 부산을 중심으로 자생했다고 합니다. 역도산과 김일 선수에 의해 프로레슬링이 전성기를 누렸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이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서서히 잊혀지기 시작했습니다. 갈수록 각본대로 연기하고 쇼를 한다는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사람들은 흥미를 잃었던 것이죠. 또한, 프로레슬링 이외에 다양한 스포츠들이 대중에게 소개되면서, 관심이 분산된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아직 프로레슬러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예전만큼의 전성기는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3. 조산사
산파는 산모가 아이를 낳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산모를 안정시키면서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람입니다. 산파는 현재의 조산사를 말하는데요. 1970년대 전까지만 해도 병원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산파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낳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산파 없이 아이를 낳는 것은 위험하고 불안한 일이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잘 소독된 가위로 탯줄을 자르고, 그 자리에서 바로 모유를 먹일 수 있도록 어머니의 팔에 안겨주는 일, 출산 후 모든 정리와 수습 모두 능숙한 산파가 함께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세워지기 시작하던 1970년대 이후부터 기존 전통의학에 의존한 산파의 선호도는 급속도로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의학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가던 시기였기 때문에 많은 산모들은 너도나도 병원으로 모여들었고, 이 때문에 가정에서 분만을 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산파를 찾는 사람들도 줄어들었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곳곳에 자리잡고 있던 조산원은 산부인과 병원으로 하나 둘씩 흡수되고, 현재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만 남아 있습니다.
최근, 자연 분만에 대한 산모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조산원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조산사의 수는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에 따라 변형되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직업을 만나보았는데요.
지금부터는 해당 직업이 사라진 원인을 생각해볼까요?

1. 산업 구조의 변화 
항법사는 우리의 산업 구조가 1차 산업에서 5차 산업인 첨단 과학 기술 분야로 변화함에 따라 사라진 직업입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IT나 과학 기술로 인해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게 된 것이죠.
앞으로도 첨단 과학 기술이나 정보 통신 분야에 대한 발달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 때문에 사라지고 새로 생기는 직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2. 생활 양식의 변화
프로레슬러는 경제 성장과 더불어 가치관 및 라이프 스타일이 변해감에 따라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직업입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수단이 한정되었습니다. TV를 통해 보는 프로레슬링은 그런 점에서 높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소득 수준이 증가되고 주 5일제 근무 확산으로 여행, 레저 및 스포츠 관련 산업, 그리고 영화, 예술 등 문화 관련 산업이 발달하여 수준 높은 다양한 문화 생활을 누릴 수 있어 프로레슬링에 대한 관심이 사라졌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직업 선택 기준이 높은 임금, 사회적 명성, 평생 직장, 단순 기능직이었다면 최근에는 생활 양식의 변화에 따라 정년 보장, 주5일제, 쾌적한 근무환경, 전문성, 기술력 중심, 성과 연동형 임금제 중심, 개인 경쟁력 강화 중심으로 직업 선택의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이처럼 직업을 선택하는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시대별 유망 직종 역시 변화를 거듭할 것으로 보입니다.

3. 인구 구조의 변화
조산사는 인구 구조의 변화 때문에 사라져가는 직업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진입으로 인구 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나타나는 변화는 큽니다. 이 때문에 직업 세계도 변화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하면 식품 및 교육 산업은 시장이 줄어들고, 고령화로 인한 의료 서비스 분야는 성장하는 것처럼 인구의 변화에 따라 성장하는 산업 분야 역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참고자료 : 세월 따라 직업 따라 (한국고용정보원)